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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산행기

고령 청금정[聽琴亭]

* 악성 우륵 선생의 뜻을 기리고 고령군 8개 읍면의 화합과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로 건된 팔각정자인 청금정(聽琴亭)











청금정[聽琴亭]

청금정’(聽琴亭)은 이름 그대로 ‘가야금 소리를 듣는 정자’다.

가야금의 청아한 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속이 다 시원해질 정도다.

비구름 아래 습기를 잔뜩 머금어 뿌옇게 보이긴 해도 동쪽으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주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서쪽으로는 구름에 모습을 감춘 미숭산 정상이 아련하다. 청금정 아래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난

중화임도를 따라 산을 내려가면 가야금과 우륵의 이야기를 담은 우륵박물관에 닿을 수 있다.

고령군서 12가지 탐방로 꾸며

청금정에서 반룡사로 가는 길. 3㎞ 남짓한 산길이지만 숨이 가쁜 오르막도 없고 다리가 휘청거리는 내리막도

딱히 없다. 오르기에 힘들어보이는 산봉우리는 둘레길을 따르게 돼 있고, 비탈진 내리막에는 행여 넘어질세라

나무계단도 만들어 놓았다.

지금 걷는 이 길은 ‘불귀(不歸)의 길’, 즉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잃어버린 대가야를 다시 찾을 수

없는 애절함이 서린 길’이라는 설명이 초입에 붙어있다. 고령읍 동쪽에 자리 잡은 주산(主山`310m)에서 서쪽으로

길을 잡아 능선길을 걷다 보면 미숭산(美崇山`757m)에 닿는다. 고령군은 이 길을 12가지 탐방로로 꾸며놓았는데,

‘불귀의 길’도 그 중 하나다.

탐방로에 오르는 출발점은 여러 곳이 있다. 대가야박물관 뒤편에서 지산리 고분군으로 올라 주산까지 이르는 길

(1구간)이 그나마 편리하고, 고분군에서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원래 주산의 이름은 ‘이산’(耳山)이었다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가야시대에 고령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금산(錦山)에서 망을 보다가 외적이 쳐들어오면 고함을 질렀는데, 이쪽에서 귀(耳)를 기울여 그 소리를

들었다 해서 이산이라고 했단다. 일제강점기에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주산 자락에는 수많은 고분군과 주산산성이 있으며, 거북바위에 얽힌 전설도 전해온다. 옛 대가야에는 거북을

유난히 아끼고 사랑하는 마량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번성하던 대가야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바로 신라의 침공이다.

신라 진흥왕의 명을 받은 이사부 장군은 군사 5천 명과 함께 대가야 정벌에 나섰다. 마량 장군은 끝까지 항전했지만

끝내 포위돼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마량 장군이 죽은 지 사흘 뒤에 나뭇잎 배에 수많은 거북이 군사를 거느리고 다시 나타났다.

마침내 신라군은 마량 장군의 귀신과 거북이 군사에 쫓겨 도망하게 됐다고. 세월이 흘러 마량 장군이 죽은 자리에

이상한 바위가 솟아났는데, 그 모양이 꼭 거북이를 닮아서 ‘거북바위’로 이름 지어졌단다.

지금은 바위 흔적을 찾을 길이 없고, 전설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주산에서 서쪽으로 산자락을 3㎞쯤 가면 ‘청금정’까지 닿는다. 12구간 탐방로 중 제6구간 ‘눈물고개 길’이다.

나라를 잃은 대가야 유민들이 망국의 한을 안고 서러운 눈물을 떨구며 걸어갔을 바로 그 길이다.

실제 유민들이 이리로 갔다는 기록은 없다. 다만 길마다 그에 걸맞은 테마를 정해놓았을 뿐. 아마 대가야의

진산인 주산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심경을 담았으리라 짐작된다.